'노비당'과 '검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재밌는 일이다. 얼마전 30%대의 시청률을 이끌어내며 호평속에 종영된 <추노>에는 ‘노비당’이 등장한다. 그리고 <대장금> <허준>으로 유명한 이병훈 PD의 복귀작 <동이>에는 ‘검계’가 등장한다.
이 둘은 묘한 공통점이 있다. 비록 이념과 지향하는 바는 다르지만, 둘다 억압받고 사회적으로 제일 약자인 ‘노비’가 보다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또한 둘다 비밀결사조직이란 점이다. 비록 <추노>의 노비당은 ‘그분’아닌 ‘그놈’에 의해 이용당하고 일망타진당하고, 검계는 양반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수장이 잡히고 결국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마는 점도 비슷하다.
이전까지 사극에서 비밀결사조직이 나온 점은 많았다. 그러나 주체는 대부분 상인처럼 중인 집단이거나, 멸문지화를 당한 양반가가 만든 경우 뿐이었다. 지금처럼 가장 하층민인 ‘천민’이 만든 조직은 나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사극에 하나같이 천민들이 만든 비밀결사조직이 나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전까지 사극은 하나같이 백성은 우매한 존재이고, 왕실과 양반이 시키는대로 끌려오는 미미한 존재로만 그려졌다.
그러나 오늘날 같이 대중의 의식이 높아진 상태에서 당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천민이 그저 ‘버러지’같은 존재로 그려지는 것을 납득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사극엔 ‘노비당’과 ‘검계’같은 조직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비록 노비당은 궤멸되었지만,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업복에 의해 음모의 주동자인 좌의정과 ‘그놈’은 속시원하게 ‘바람구멍’이 나고 말았다. 그뿐인가? 검계의 수장의 딸인 동이는 훗날 조선 21대 왕인 영조의 어머니가 되는 숙빈 최씨다!
결국 <추노>에서도 <동이>에서도 결국 승리자는 역설적으로 천민이 되는 것이다! 비록 당장은 양반에 의해 희생을 당하고 이용만 당하지만, 자식이 대를 물려가며 투쟁해 조선은 양반도 천민도 서로 차별받지 않는 오늘날과 같은 세상이 올 것이다.
<동이>에 출연한 도사 김환이 ‘천민들의 왕’이라고 훗날의 영조를 예언한 것은 분명코 ‘오버’이지만, 그만큼 결국 나라를 구성하고 이끌어나가는 존재는 ‘천민’이란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여 두 드라마에는 엄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살아라’라는 진한 당부의 메시지를 던진다. <추노>에선 주인공 대길이 죽어가면 언년이에게 ‘꼭 살아라’라고 신신당부하고, <동이>에선 검계의 수장이 죽어가면서 동료와 딸에게는 ‘꼭 살아라’라고 피맺힌 절규를 외친다.
살아야 나중에 좋은 날을 볼 수 있기에, 비록 당장은 희망이 없는 절망스런 고통의 나날들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추노>와 <동이>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노비당’은 전멸하고, ‘검계’는 4화만에 뿌리째 거덜나지만 조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초들은 삶을 결코 포기할 수 없으니 말이다.